산업안전보건의 핵심 수단 중 하나인 위험성평가는 오랫동안 사업장 내 안전관리를 위한 기본적 절차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고용노동부의 감독 기조는 한층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평가서 작성 여부’ 중심의 점검에서 벗어나, 이제는 ‘실제 위험요인의 반영 여부’, ‘실질적 개선조치의 이행 여부’까지 포함한 정밀 점검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이 변화는, 단지 평가 보고서만 제출한다고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위험성평가의 형식적 요건을 넘어서 실질적 위험관리 활동으로서의 내실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오늘은 제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하여 중소기업에서 알아야 하고, 중요하게 챙겨봐야 할 안전관리에 대한 글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1. 위험성평가의 고도화가 요구되는 배경과 변화 방향
2. 평가 결과의 실행력 확보를 위한 이행 점검 강화
3. 실효성 있는 위험성평가 운영을 위한 기업의 전략
고도화되는 위험성평가: 더 이상 ‘작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위험성평가는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개선대책을 수립하는 활동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다수의 사업장에서 이를 형식적으로 수행하거나, 문서만 갖추고 현장 이행은 미진한 형태로 운영해온 사례가 많았습니다.
(1) 고용노동부의 감독 기조 변화
최근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 이행력 강화 종합대책」을 통해 다음과 같은 방침을 공표했습니다.
단순한 평가표 존재 여부 확인이 아닌, 실제 위험요인 도출 및 대응 여부까지 감독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평가서에 대한 경고 및 재평가 요구
평가 결과에 따른 개선조치 미이행 시 과태료 부과, 중대재해처벌법과 연계 가능성 검토
이러한 정책 변화는 위험성평가의 ‘형식적 운영’이 더 이상 법적 방어가 될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평가서는 시작일 뿐, 핵심은 그에 따른 조치의 실천과 확인에 있습니다.
(2) 고도화 요구의 배경: 사고의 재발
고용노동부가 최근 감독 사례에서 지적한 내용 중 다수는 ‘이미 평가된 위험요인이었으나 개선이 미흡하여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곧 위험성평가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며, 감독기관으로서도 평가의 질과 이행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평가 이후의 조치, 이제는 ‘이행’이 핵심이다
이제 위험성평가는 단순한 리스크 리스트 작성을 넘어, 실행력 있는 조치계획의 수립과 이행 확인 절차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특히 다음과 같은 이행 점검 항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1) 평가 결과와 현장 불일치 여부 확인
- 평가서에는 ‘밀폐공간 질식 위험’이 도출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산소농도 측정 장비 미비
- ‘방호장치 설치’가 개선조치로 명시되었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미설치 상태
이런 경우, 평가 자체가 있었더라도 미이행으로 간주되어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2) 조치 우선순위 및 기한 설정의 적절성 점검
일부 사업장에서는 모든 조치계획을 ‘연내 조치 예정’처럼 모호하게 기재하거나, 기술적 어려움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감독기관은 이제 조치의 시급성, 난이도, 예산 등의 기준에 따른 우선순위 설정 및 기한 준수 여부를 점검합니다.
(3) 조치 결과의 ‘피드백’ 반영 여부 확인
일회성 평가로 끝나지 않고, 조치 이후 다시 현장 위험이 감소했는지를 확인하고, 필요 시 평가를 반복하는 절차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순환 과정이 실제로 기록되고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가 평가의 신뢰도를 좌우합니다.
이행력 없는 위험성평가는 오히려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근거가 되어, 중대재해처벌법 등에서 불리한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실효성 있는 위험성평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업 전략
현행 법제도 변화와 감독 강화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위험성평가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합니다.
(1) 형식에서 벗어난 실질 중심의 평가 수행
✔ 현장 밀착형 평가: 사무실에서 작성하는 평가가 아닌, 실제 작업자와 함께 현장을 돌며 위험요인을 도출
✔ 기계적 항목 기입 지양: 통상적인 ‘낙상’, ‘협착’ 등의 항목만이 아니라, 현장 특수 상황을 반영한 구체적 위험 작성
✔ 위험등급의 객관화: ‘중’, ‘고’ 등 추상적 등급 대신, 빈도·강도·노출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수치화
(2) 개선 조치의 실행 가능성 중심 설계
✔ 조치가 가능한 수준인지, 예산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사전에 검토
✔ 기한 설정 및 우선순위 기준 명확화
✔ 조치 완료 시 반드시 ‘검증자’에 의한 확인 및 재점검 수행
→ 조치는 단순히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완료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3) 평가 결과의 추적관리 체계화
✔ 평가서와 조치내역을 별도로 분리하지 않고 일체화된 관리 시스템 운영
✔ 조치완료 여부에 대한 기록 및 사진 첨부
✔ 미이행 조치에 대한 주기적 리마인드 및 개선 계획 보완
→ 이를 통해 감독 대응은 물론, 중대재해 발생 시 합리적 방어자료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위험성평가, 이젠 ‘문서’보다 ‘실행’이다
고용노동부의 정책 변화는 단순한 감독 강화를 넘어, 산업현장의 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향성 재설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위험성평가는 단순히 보고서를 작성하는 절차가 아니라, 현장의 실질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핵심 도구입니다.
실제로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를 통해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한 기업의 사례도 늘고 있으며, 이는 안전은 물론 경영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확보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은 평가의 형식적 요건을 맞추는 수준에서 벗어나,
“우리는 평가 결과에 따라 실질적인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수준으로 고도화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