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포함한 안전보건 관련 법령을 살펴보면, 매우 구체적인 수치나 절차가 정해진 조항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적정하게”, “충분히”, “필요한 조치”, “합리적인 관리” 등 불명확한 기준을 내포한 표현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해석의 여지로 인해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애매한 법 표현’이 실제로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그리고 실무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오늘은 제가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하여 중소기업에서 알아야 하고, 중요하게 챙겨봐야 할 안전관리에 대한 글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법령 속 ‘모호한 문구’는 어떻게 현실의 위법 판정을 이끄는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은 규정의 포괄성과 추상성이 특징입니다. 이는 다양한 산업군과 사업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탄력적 적용을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이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규정 미이행에 대한 판단 기준이 일관되지 않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대표적인 모호 표현들:
✔ “적정한 보호구 지급 및 착용 확인”
✔ “충분한 교육 실시”
✔ “필요한 안전조치 이행”
✔ “합리적인 관리체계 구축”
이러한 표현은 해석의 여지를 넓히며, 현장 상황에 따라 판단 주체인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또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크게 좌우될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사후적인 결과—즉 사고 발생 여부나 조치의 구체성 부족 여부를 통해 기업의 책임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실제 사례:
✔ 사례 1: 한 제조업체에서 기계 끼임사고 발생. 원청은 작업자에게 “적정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고 주장했으나, 교육시간이 20분에 불과하고, 평가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감독관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적용.
✔ 사례 2: 공정 개선 과정에서 방음설비를 철거한 후, 소음이 증가했음에도 “필요한 조치” 없이 운영을 지속 → 민원 제기 후 현장점검에서 “보호구 지급은 했지만 착용 확인 미흡”이라는 사유로 과태료 부과.
이처럼 '애매한 문구'는 기업이 스스로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해도, 외부 평가자는 다른 기준으로 위법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게 됩니다.
추상적인 법조문이 관리체계 운영에 주는 실질적 부담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추상적인 표현이 실질적인 경영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벌금 부과의 문제가 아니라, 조사 과정의 장기화, 브랜드 이미지 실추, 계약 지연 등 직접적인 경영 영향을 초래합니다.
▷ 관리체계 운영의 불안정성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에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적정한 예산”, “충분한 인력 배치”, “지속적인 개선 노력” 등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 기준이 숫자나 정형화된 체크리스트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많은 중소기업들은 무엇이 ‘적정’이고 ‘충분’한지 명확히 알 수 없어 대응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애로를 겪습니다.
- 예산을 1,000만 원 책정했더니 “적정하지 않다”는 지적
- 월 1회 회의체 운영 중인데, “지속적인 개선 노력 미흡”이라는 평가
- 관리감독자를 1명 배치했지만 “공정 수 대비 부족”하다는 판단
이처럼 정답이 명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업이 선의로 조치를 하더라도, 문서화, 이행 근거, 객관적 타당성이 없으면 법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기업의 대외 신뢰도 하락
사고나 점검을 통해 ‘적정성 미달’로 판단되면, 기업의 대외평가(입찰, 인증, 투자 등)에도 타격을 입습니다. 특히 ESG 평가 항목 중 안전보건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최근 트렌드에서, 안전관리에 대한 평가가 불확실한 조항에 의해 부정적으로 왜곡될 위험이 존재합니다.
실무에서는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 것인가?
애매한 법 조항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기준화’와 ‘문서화’입니다. 즉, 기업 내부에서 자율적인 판단 기준을 정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이행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 내부 기준 정립: ‘우리 회사의 기준은 무엇인가?’
- ‘적정한 교육시간’ → 예: 법정 교육 기준 + 자사 기준 30분 이상, 평가 포함
- ‘충분한 조치’ → 위험성 평가 결과에 따른 개선조치가 문서로 존재하는 경우
- ‘합리적인 인력 배치’ → 공정 수 또는 작업위험도에 따른 감독자 비율 설정
이렇게 구체적인 사내 기준을 수립하고, 이를 매뉴얼 또는 프로토콜로 작성해두면, 외부기관이 ‘주관적 평가’를 할 때 객관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 문서화 및 기록관리: “했는지”보다 “남겼는지”가 중요
- 위험성 평가 결과 보고서, 개선이력 정리
- 보호구 지급 대장, 착용 확인 점검표
- 교육자료, 참석자 서명부, 평가 결과표
실제 행정처분이나 형사책임은 ‘조치를 했는가’보다, ‘그 조치를 입증할 수 있는가’에 따라 갈립니다. 애매한 조항이 있을수록 기록의 체계적 관리가 법적 방패가 됩니다.
▷ 외부 전문가 또는 인증기관의 평가 활용
법적 모호성에 대응하기 위해 제3자의 의견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정기적인 외부 컨설팅 또는 점검을 통해 ‘적정성’의 객관화
- ISO 45001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인증으로 법적 기준 대비 평가 확보
이는 행정기관이 판단을 내릴 때, 외부 기준을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불명확한 조항에 대한 선제적 해석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법 조항일수록 기업은 더 명확하게 대응해야 한다
산업안전 관련 법령의 불명확한 조항은, 기업에 있어 잠재적인 리스크 확대 요소입니다. 해석의 여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기업에 불리하게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명확성은 ‘준법 경영’을 어렵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결국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준은 스스로 만든다 – 사내 해석 기준과 매뉴얼 마련
✔ 기록은 곧 방패다 – 모든 조치를 문서화하고 정리
✔ 외부의 시선을 내부화하라 – 점검과 컨설팅을 통한 객관성 확보
모호한 법 조항 속에서 불확실한 리스크에 노출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기준을 만들고 대응하는 기업이 더 강합니다. 지금 이 순간, ‘불명확한 법’을 명확하게 해석하고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