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조항만 읽어선 알 수 없는 ‘실제 발동 기준’과 ‘기업의 대응법’ 소개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작업중지 명령’이라는 제도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사업장에서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급박한 위험이 확인되었을 경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행정 조치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명령이 실제로 언제, 어떤 기준에 따라 내려지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업주와 안전관리자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 글에서는 법령상의 명문 규정뿐 아니라, 실제 사례에서 나타나는 작업중지 명령의 발동 기준과 그에 대한 기업의 실질적인 대응 전략 등 오늘은 제가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하여 중소기업에서 알아야 하고, 중요하게 챙겨봐야 할 안전관리에 대한 글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법령이 말하는 작업중지 명령의 개요와 오해
산업안전보건법 제55조(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 조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장관 또는 지방노동관서장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해당 작업 또는 전체 작업장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중대재해’와 ‘급박한 위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이 추상적이다 보니, 사업장에서는 정확히 어느 수준에서 명령이 발동되는지에 대한 혼란이 존재합니다.
또한 많은 사업주들은 “사망사고가 있어야 작업중지 명령이 나온다”거나, “작업중지는 대기업에만 해당된다”는 식의 오해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사망사고가 없더라도 반복적인 유사위험, 중상해 사고, 관리부실이 명확한 경우에도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질 수 있으며,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오히려 더욱 적극적인 개입 대상이 되곤 합니다.
예시)
✔ 건설현장에서 2주 사이에 2건의 추락사고가 연속적으로 발생하였으나, 현장 점검 시 안전난간이나 추락방지 조치가 여전히 미흡한 경우
✔ 기계 설비 관련 중상해(절단·절단 직전의 사고)가 발생했으나, 기계의 위험 요소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
이처럼 법 조항만으로는 구체적 판단이 어려우며, 실제 관행과 행정기관의 판단 기준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 발동 사례를 통해 본 '작업중지'의 현실
작업중지 명령은 행정기관의 재량으로 발동되지만, 몇 가지 일반적인 패턴이 존재합니다. 다음은 실제 현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사례 유형입니다.
① 반복 사고와 패턴 인지
가장 전형적인 작업중지 발동 요인은 ‘유사사고의 반복’입니다. 한 번의 사고는 경고 수준이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짧은 기간 내 반복되면, 관리부실과 위험방치로 판단되어 작업중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사례: 충남의 한 제조업체에서 3개월 사이 동일한 프레스 기계에서 2건의 손가락 절단 사고 발생 → 안전조치 미흡 판단, 해당 공정 전체 작업중지 명령
② 급박한 위험의 현장 식별
현장 점검 시, 안전시설의 철거·방치, 허술한 감시체계, 허가절차 없는 위험작업 수행 등이 확인될 경우, 실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 사례: 건설현장에서 비계 해체작업 중 추락방지망 미설치 및 작업계획서 미작성 → 사망사고 전이었지만 ‘급박한 위험’ 판단, 작업 전면중지
③ 중대재해처벌법과의 연계 작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해 작업중지와 동시에 전면적인 법 위반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없는 것이 확인될 경우, 작업중지 명령은 장기화되며 영업 손실로 이어집니다.
✔ 사례: 중대재해 발생 후 작업중지 → 조사 과정에서 안전보건관리자 부재,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평가 미실시 확인 → 3개월 이상 작업중지 지속
이처럼 행정기관은 단순히 사고 여부뿐 아니라, 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 대응 태도, 향후 재발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작업중지 명령 여부를 결정합니다.
작업중지 명령에 대한 기업의 실질적 대응 전략
작업중지 명령은 단순히 “일을 못하게 한다”는 행정조치가 아니라, 기업 경영과 이미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치입니다. 따라서 사전에 이를 방지하고, 사후에는 신속히 해제되도록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① 예방적 관점: 위험요소 제거와 증거 확보
사고 예방은 기본이지만, 행정기관은 문서화된 예방활동을 요구합니다. 다음과 같은 활동이 핵심입니다.
- 정기적인 유해위험요인 점검 및 조치 이력 관리
- 작업계획서 및 사전작업허가서 체계화
-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원인분석보고서 및 개선조치 기록
- 교육훈련의 증빙자료(서명부, 사진, 평가지 등)
즉, 단순히 ‘잘 하고 있다’는 주장이 아닌, 체계적인 안전관리 자료가 있어야 작업중지 발동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② 사후 대응: 명확한 보고와 소통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을 경우, 기업은 즉각 다음의 대응을 준비해야 합니다.
- 사유에 대한 정확한 인지 및 내부 점검 실시
- 사고 또는 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 조치 내용 보고
-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현장 재점검 및 개선
- 작업중지 해제 신청 시 개선 이행 여부에 대한 증거자료 제출
이 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는 해제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행정기관은 “앞으로는 잘하겠다”는 막연한 진술보다, 구체적인 조치 결과와 이행계획, 그리고 조직 전반의 개선 의지를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③ 중장기 전략: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단기 대응만으로는 반복적 위험을 방지할 수 없습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는 관리체계 자체의 유무를 작업중지 명령 해제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 안전보건 목표 수립 및 리더십 선언
- 위험성평가 체계 수립 및 정기 운영
- 전담 조직 또는 외부 컨설팅을 통한 지속적 개선
- 내부 점검체계 및 피드백 루프 운영
실제로, 이러한 체계를 도입한 사업장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작업중지’가 아닌 ‘부분 점검 및 개선 권고’ 수준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작업중지 명령은 단순한 벌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리고 이 명령은 특정 사업장의 규모나 사고 결과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 위험요소의 지속성과 기업의 대응 태도, 관리체계의 유무에 따라 종합적으로 결정됩니다.
작업중지 명령을 피하거나 조기에 해제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법적 대응을 넘어서 전사적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체계와 증거 기반의 안전관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오히려 행정기관과의 신뢰관계를 쌓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작업중지 명령’이라는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체계 점검의 출발점입니다.